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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호 기자의 기사는 기자실 출입 기자가 공무원들과 접촉하면서 어떻게 정보를 캐내왔는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클릭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대개 “당신은 잘 머물지도 않는 기자실 폐쇄에 왜 흥분하느냐! 오히려 정부가 잘했다고 칭찬해야 하는게 아니냐!”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 허무개그 수준의 응답에 이 논쟁을 둘러싼 혼선이 드러난다. 이준호 기자의 경우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는 일은 없다. 그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기를 바라는 건 공무원들이다. 그런데 그는 왜 기자실 폐쇄에 반대하는가? 기자실이 있어야 정부 부처 안으로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기자실에 앉아 있는 일은 없지만, 일단 기자실이 있어야, 부처 안으로 출입하고, 공무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전현직 기자들과 자신들의 모든 경험을 동원하여 기자실이 1) 기자단 기자들만을 위한 특권의 공간이며, 2) 부당한 기사 담합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3) 언제부터 기사를 기자실에서 썼냐, 기사는 발로 뛰면서 쓰는게 아니냐. 고 충고하고 있다.


이 문제 그렇게 쉽지 않다. 먼저 1)에 대해 말해보자. 부처 출입이 특정 기자들의 부당한 특권이라면, 그건 어떠한 의미에서 부당한가? a) 모든 기자들에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고, b) 어떤 기자에게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지금 참여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은 공무원과 기자가 만나는 루트를 차단하겠다는 점에서 b)의 입장이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자신의 견해가 a)인지 b)인지 정립도 안 한 채 ‘특권’이라고 비판한다. 정부의 안은 기자실 출입기자와 네티즌이 동등한 수준의 정보를 공급받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급받게 되는 정보의 양은, 현재 개편안을 보건대, 현재의 기자실 출입기자의 것보다는 현재의 네티즌의 것에 가깝다. 이것은 긍정적인 일일까? aa) 정보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견해가 있을 수 있고, bb) 행정부에 대한 정보공개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는 부정적인 제도라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가령 한미 FTA를 통해 보여준 한국 정부와 개별 공무원들의 불성실한 정보공개 의지를 보건대 bb) 쪽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독재세력에게 힘을 싣는 견해인가?


국정홍보처는 선진국에서도 브리핑룸 정도만 운영하고 있고, 공무원과 기자가 개별적으로 만나는 일은 금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a)와 aa)의 견해를 통해 이어지는 이 입장은 aaa) 기자는 정부가 공개한 문건을 해석하는 사람이다로 정리될 수 있을 법하다. 그리고 이 입장에 대한 의문은 방금 말한 것처럼, “과연 한국 정부가 선진국만큼 풍부한 문건을 공개하고 있는가?”가 될 것이다. 한편 b)와 bb)의 견해를 통해 이어지는 시각은 bbb) 기자는 현장에서, 공무원들과 직접 부딪히며, 공무원들의 실수를 유도해 가며 취재하는 사람이다가 될 것이다. 정부가 충분한 문건을 공개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두 개의 언론관은 충분히 토론의 대상이 될 만하다. 이에 대한 성찰의 시각을 던져주는 현직 기자의 글로는 중앙일보 강혜란 기자의 글을 추천한다.  클릭


문제는 3) 언제부터 기사를 기자실에서 썼냐, 기사는 발로 뛰면서 쓰는게 아니냐. 는 네티즌들의 항변이다. 그들의 항변은 b) 라인의 주장을 공박하면서도, b) 라인의 언론관을 계승한다. 한마디로 자승자박이다. 발로 뛰는 기사를 원한다면 기자실이 있어야 한다는게 방금의 정리를 통해 알 수 있는 결론이다. a) 라인의 언론관은 기자는 발로 뛰는 사람이 아니라 문건 해석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나의 성립할 수 있는 입장이긴 한데, 하나의 정책의 옹호자들이 그 정책이 지향하는 가치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스우면서도 서글픈 일이다. 더 우습고 서글픈 것은, "기자실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기자"를 공박하는 대통령의 사태 이해 수준도 이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논리적인 부분들을 정리했으니 이제 한국 사회의 경험적 현실에 맞춰 내 나름대로 논점을 정리해 보겠다.


첫째, 기자실 폐쇄를 논하려면 행정부의 정부가 좀 더 많이 공개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내세운 공개 안은 매우 미흡하다. 그러므로 행정부가 기자 및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정부를 공개해야 하는지가 논의되어야 한다.


둘째, 기자실은 그 안에서 중요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지라도, 기자가 공무원을 접촉할 수 있는 하나의 발판이다. 그리고 그 접촉은 보도자료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공무원들에게서 다소나마 새로운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 언론이 그 접촉의 기회를 정부 정책을 왜곡하고 말꼬리를 잡기 위해 사용했음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우리는 어떤 경우 언론이 정부가 감추고 싶어하는 정책의 맹점을 폭로하는데 그 접촉의 기회를 사용했음을 알고 있다. 이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의 크기에 대한 판단이, 기자실로 대변되는 어떤 취재문화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되어야 한다.


셋째, 기자실 통폐합 논란은 기자의 특권 문제로 치환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론자 입장에서는, “기자의 특권을 줄인다는 것이, 결국 (행정부와) 공무원의 특권을 강화하는게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 개의 언론관 사이의 문제다. 즉, 기자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문건해석의 전문가로 볼 것이냐, 아니면 남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진입하여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집단으로 볼 것이냐, 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수준과 필요에 맞춰 판단해 보건대, 나는 현재 시점에서는 기자실 통폐합이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라 본다. 만일 당신이 참여정부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관료들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강준만 교수의 말대로 이 정책이 한나라당 정권에까지 계승될 경우 어떤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고한다.

Posted by 한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