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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은 소화를 욕망할 뿐 아니라, 소화를 경유해서 임금까지 욕망한다. 그래서 거세의 순간 그의 환상은 삼각관계를 만든다.
김용의 <소오강호>로부터 시작하자. 무공비급 <규화보전>은 “신공을 연마하는 것은 칼을 자궁으로 인도하는 것과 같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절대고수가 되려면 먼저 남근을 잘라내라는 것. 동방불패는 잘라낸다. 다른 야심가들도 잘라낸다. 남근은 권력욕의 상징이다. 비급은 신체적인 남근을 잘라내면 상징적인 남근을 가져다주겠다고 제안한다. 고수가 된 그들은 세상의 비웃음을 피하기 위해 가짜수염을 붙여가며 고자라는 사실을 숨긴다.
대부분의 내시들의 사정은 그들보다도 좋지 않다. 그들이 남근을 잘라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소오강호>의 몇몇 고수들은 페니스(신체적 남근)를 잘라가며 팔루스(상징적 남근)를 추구하지만, 그들은 페니스를 잘라내는 순간 팔루스마저 상실했다. 조치겸(전광렬)은 단종을 복위시키자는 친구의 청을 거절한다. 단종을 복권시켜봤자 조치겸은 충신들의 그늘에서 부각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세조 시해 계획을 좌절시키고 그에게 신임을 얻는 편이 낫다. 내시는 비웃음의 대상이니까, 눈에 보이는 것들, 물질적인 풍요나 권력을 추구하는게 낫다. 정한수(안재모)의 삶의 방향은 노내시(신구)나 과거 조치겸의 삶의 방향과 같다. 이것이 거세를 하는 하나의 방식, 일반적인 방식이다.
역사적인 인물인 김처선은 여러 왕을 섬기며 충직한 인물로 기록된 예외적인 내시다. 그 점은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권력과 부귀영화를 손에 쥔 조치겸은 자신의 가문에 예외적인 내시를 들이고자 한다. 내시들에게 막혀버린 길을 택하는 삼릉삼무의 내시를 들이고자 한다. 그렇다면 초반부 드라마의 설득력은 그가 다른 내시와 다른 방식의 거세를 택하는 과정이 얼마나 그럴 듯하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왕과 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성공하고 있다. 천둥이(오만석)는 12화에서 스스로 양물을 자르게 되는데,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은 분명 정한수와 대비된다.
‘윤소화(구혜선)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너무 단순하게 정리해서는 안 된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으니까. 그가 택한 사랑은 정신분석학에서 히스테리자의 방식에 해당한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체계에서, 대부분의 정상인들은 신경증자에 해당한다. 신경증자는 크게 강박증자와 히스테리자로 구별되는데, 대개는 남자들이 강박증자이고 여자들이 히스테리자다. 이들은 타자와 욕망을 대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아이가 어머니의 젖을 물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처음에 아이는 자신의 몸과 엄마의 몸을 구별하지 못한다. 문제는 아이가 자신을 어머니와 분리하기 시작할 때다. 강박증자는 여기서 어머니라는 타자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젖가슴을 나의 욕망의 대상으로 치환시켜버리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타자를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만든다. 반면 히스테리자는 주체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나 자신을 어머니에게 욕망의 대상으로 제공한다. 그녀는 자신을 타자에게 욕망의 대상으로 제공한다.
그렇다고 해서 강박증자가 이기적이고 히스테리자가 이타적인 것이 아니다. 신경증자는 모두 타인에게 자신을 맞추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강박증자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자신의 모습을 상실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반면 히스테리자는, 타인이 욕망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타자가 완전히 만족한다면 그는 더 이상 대상으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히스테리자는 타인의 불만족한 욕망을 욕망하는 자이다.
정신분석학은 근대의 학문이므로, 신분의 차이에 따른 금지명령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런 차이를 감안하고 다소간의 단순화를 용인한다면, 천둥이는 소화를 히스테리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소화에게 성종(고주원)을 추구할 것을 권유하고, 자신은 그 욕망을 위한 조력의 대상으로 남는다. 히스테리자는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처럼 추구한다. 프로이트의 사례에서 정육점 여인은 꿈속에서 남편이 좋아한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친구를 욕망한다. 천둥이는 소화를 욕망할 뿐 아니라, 소화를 경유해서 임금님까지 욕망하는 것. 그래서 거세의 순간 그의 환상은 삼각관계를 만든다. 이 삼각관계는 남성 히스테리자의 삼각관계다. 그는 물질적인 욕망이 아니라 어떤 다른 욕망으로 거세를 하게 되는데, 이 색다른 욕망의 공간에선 분명 정한수와 다른 캐릭터가 튀어나올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우리가 정신적 가치라 믿는 것들도 특정한 방식으로 세팅된 욕망의 움직임이다. 역사적인 처선은 그저 충직하고 입바른 사람이었을 뿐이었을 게다. 하지만 설명을 하려고 든다면 <왕과 나>의 방식이 더 매력적이다. 남성 히스테리자는, 분명 ‘충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윤형 (드라마틱 28호,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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