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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03
가사노동은 끝이 없다. 여름이 되니까 빨래도 더 자주 해야 하고, 밥은 한번에 많이 할 수 없으며, 음식물 쓰레기도 더 많이 생긴다. 빨리 빨리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설거지는 지겨워 죽겠다. 나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 ‘요리’는 여동생이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슈퍼 초 울트라 간단한 고추된장 정도다. 썰어놓은 고추를 약간의 물에 붓고 끓이면서 된장과 고춧가루를 두 스푼 한 스푼씩 넣으면 끝이다. 그런데도 여동생은 못 먹겠다고 한다. “그래도 저번보단 괜찮은데?”라고 말하면서 내가 다 먹는다.
여동생은 ‘요리’를 한다면서 가끔 찌개를 끓인다. ‘요리’를 할 때 물론 나를 가만히 두지는 않는다. 이거 가져와라, 이거 잘라라, 요긴하게 부려먹는다. 그래놓고 설거지는 결코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여동생은 내가 집을 장시간 비울 때, 마감을 핑계로 깊은 실의에 빠져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를 쳐다보지도 않을 때, 자신이 설거지를 할 때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긴 사람은 남이 하는 일은 관심있게 안 보니까 그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 여동생도 내가 언제 화장실 청소를 했는지, 언제 걸레로 자기 방과 부엌바닥을 밀었는지 알지 못하니까. 하여간 설거지는 대개 내 몫이다. 어디 나갔다 오면 여동생은 설거지 거리를 쌓아놓고 있다. 그걸 처리하는게 내 임무다. 가끔 여동생 남자친구가 들렀다 간 날이면, 내가 먹지도 않은 설거지를 하는게 짜증이 나는 날도 있다. 더 짜증이 나는 건 이들이 자기가 설거지를 안 한다고 물에 한번 헹구지도 않고 그릇을 쌓아놓고 있을 때다. 집에 와서 싱크대에 쌓여 있는, 음식물 찌꺼기가 덕지덕지 쌓여있는 그릇 더미를 보면 순간적으로 화가 치민다.
사실 학기 중엔 정말 마음에 여유가 없었고, 방학 때는 요리를 좀 배워보자고 생각했었다. 자취를 오래 해도 요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쌀밥 안에 날계란 하나 풀어놓고 김치랑 같이 먹으면 만족한다. 김까지 있으면 진수성찬이고. 요새는 그래도 좀 진화(?)해서 간장과 참기름을 적당히 섞으면 훨씬 더 맛있는 계란밥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러니 스스로 요리를 하려고 노력할 리가 만무하다. 분명 이전에 어머니와 (전) 여자친구에게서 미역국이나 북어국 따위를 끓이는 방법을 배웠고 몇 번은 해먹은 적도 있었건만 꾸준히 해먹어 버릇하지 않다 보니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렸다. 남자가 여자에게 밥을 얻어먹는 게 당연시됐던 시절이라면 나는 ‘반찬 투정 안 하는 남자’로 각광받았을지도 모르지만, 현대 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쉽사리 요리를 배우지 못하는 열등생일 뿐이다. 반면 여동생은 (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입맛이 까다로워서 뭔가 만들어내지 않고는 밥을 먹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자취생활 6개월 만에 곧잘 (물론 자기가 먹고 싶은 것들로만) 요리를 해내고 그러다보니 장도 잘 본다. 그런 동생에게 방학 동안 좀 배워볼까도 생각했지만 설거지와 빨래와 오찬물 끓이기 등을 하면서 더위에 지쳐버리다 보면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난다. ‘그래, 이것들은 다 내가 했으니까 요리는 니가 해라-.’ 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자취생 밥상에 매번 찌개를 끓이지는 않으니까 여동생이 요리 한번 하면 나는 설거지를 서너번은 하는 느낌이고, 분명 가사노동에 투입하는 시간을 따져봐도 내가 꿀릴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밥 짓고 김치 썰고 밥상 세팅하는 건 주로 내가 한다. 그것 역시 내가 요리를 안 한다는 이유로.
음식물 쓰레기를 만지거나, 싱크대 수채구멍에 난 곰팡이 때문에 질색하거나, 나무젓가락 따위가 쓰레기봉투를 뚫고 나와 좌절할 때는 ‘그래, 너는 이런 문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며 위안 혹은 좌절을 느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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