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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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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5
    경향신문과 프레시안의 경우 (17)

가두시위의 영향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아직 섣부른 예측이 힘든 상황이지만 보수언론, 이른바 '조중동'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 이후 언론들이 가장 비판을 받는 시점인 것인데, 그 시절을 돌이켜봐도 이번이 훨씬 더 강도가 센 것 같다. 촛불시위의 지지자들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라는 초유의 방법으로 조중동을 압박했고,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실은 비슷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한밤의 TV연예인가 하는 오락프로에 대한 서태지 팬들의 광고주 불매운동이 기억난다. 역시 '쪽수'가 많으면, 좋다.) 줄기차게 미국 쇠고기 비판을 괴담으로 몰아부치던 조중동의 논조를 어느 정도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당장 조중동의 논조를 시민의 입장에서 '길들이는' 데에는 효력이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언론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크다고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지적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의 약진은 의미가 있다. 시사in의 보도에 따르면, 경향신문은 5월 한달 동안 5천명의 정기구독자를 확보했다고 하며  이 숫자는 이 신문이 1년에 확보하는 정기구독자 수에 맞먹는다고 한다. 이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같은 언론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튼튼한 기반을 가지게 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탄탄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경향신문의 사정이 더 좋아질지에 대해선, 여전히 속단할 수 없다. 구독자수의 증가가 신문 만드는 '기업'의 수익률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구독자수가 증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그런 효과가 있겠지만, 이 정도 증가로는 아직 효과를 말하기가 어렵다. 시민들의 의견광고로 현재 경향신문의 1면 광고료는 매우 올라가 있는 상황이고 (시사in 보도에 의하면, 현재 경향신문 1면 광고료는 조중동의 그것에 필적한다고 한다.) 이것은 그 자체로 경향신문의 재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의견광고가 상시적으로 나올리도 없는 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언론의 경우 구독료가 수익의 2할이면 광고가 수익의 8할이라고 한다. 그리고 광고료는 발행부수나 구독자수에 의해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 보니 기존 언론에 유리한 점이 많고, 무가지나 경품 등을 통해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신문고시가 생겼지만, 이명박 정부는 신문고시를 완화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이 겪게 되는 어려움의 원인은 그것만이 아니다. 만일 두 개의 신문이 비슷한 구독자수를 확보하고 있다면, 기업은 어떤 신문에 광고를 싣고 싶어할까? 아무래도 기업에 유리한 기사를 실어주는 신문에 싣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기업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고, 대기업 중심적이며, 수많은 중소기업들도 주로 대기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이익을 거스른다면 광고를 따내기가 매우 어렵다. 꽤 많은 구독자수를 확보하고 있는 시사in이 광고 분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정도 이에 기인한다. 시사in의 탄생 자체가 삼성과의 불화를 통한 것이기는 했지만, 삼성과 불화했다고 해서 다른 기업의 광고도 들어오지 않는다니 이건 좀 심하다. '단결'은 프롤레타리아의 무기인데 기업주들이 더 잘 단결을 하는 것이다. 이건 농담이고, 아마도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독립적인 중소기업이 적은 한국의 현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경향신문은 지금보다 구독자수가 훨씬 늘더라도 여전히 조중동만큼의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 신문사업이 사양산업이 되고 있고 조중동조차 방송 진출에 뜻을 품고 있다는 풍문이 도는 지금 상황에서, 미래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답은? 뾰족한 수는 없다. 그래도 일단은 구독자수를 늘려야 한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구독자수가 지금보단 늘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쓸 수 있는 방법들일 것이다.


프레시안의 경우는 사정이 더 어렵다. 쇠고기 정국 이후 프레시안의 접속자수는 세배 가량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접속자수의 증가는 프레시안의 재정상황을 '전혀' 개선시키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사람들은 아직 인터넷에서 접속자수를 통해 이윤을 창출해내는 성공적인 방식을 계발해내지 못했다. 해외에서 수입(?)된, 프레시안도 사용하고 있고 (이 블로그에도 장착되어 있는) 구글 에드센스 정도가 하나의 방법인데, 이것의 수익은 신통한 수준이 못 된다. 프레시안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정론지'라 볼 수 있다. 나는 네이버나 다음에서 뉴스 찾기가 성가실 때는 아예 프레시안에 접속해서 메인에 올라온 글을 다 읽어본다. 그만큼 그것의 가치는 소중하지만, 내가 아무리 클릭을 해줘도 프레시안은 돈을 벌지 못한다.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프레시앙'이란 이름의, 일종의 유료 구독자 모임을 출범시켰지만 돈을 낸 이들에게 차등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도 아닌 만큼 유인효과가 적다. 당장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학생 신분을 핑계로 프레시앙에 가입하지 않고 찜찜하게 무료로 읽고 있으니 말이다.
 

조중동이 밉다고 해서, 욕이나 실컷 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블로고스피어도 좋고 다음 아고라도 좋지만 효율적으로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선 경향신문이나 프레시안 같은 정론지 형태의 언론의 존재가 소중하다. 시민들이 이런 언론들을 키우기 위해선 조중동을 지지하는 것보다 더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생겼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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