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에 해당되는 글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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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국개론'과 '민주주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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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9
그래프 오타쿠의 정치평론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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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5
'단호한 글쓰기'로 진실을 호도하기 (22)
최근 여론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선거를 유권자의 행태로 환원해 설명하는 경향이 과도하게 확대되었다. "유권자가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는 등의 비민주적 논리나 심지어는 "유권자 의식개혁운동"과 같이 극도의 권위주의적 언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될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주의 정당이론의 고전들이 말하는 것은 그 반대이다.
사회학적 정당이론을 대표하는 것으로 유명한 립셋·로칸(Lipset & Rokkan)은 "정당으로 조직된 대안들이 유권자에 앞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유권자가 어떻게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정치적 조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갈등이론에 근거해 정당이론의 한 패러다임을 개척했던 샤츠슈나이더(E. E. Schattschneider) 역시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에서 인민주권이 실현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좋은 정당 대안을 가질 때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유권자가 어떻게 선택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도외시 한 채 여론조사를 근거로 유권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론들이 왜 반민주적인가를 통렬히 비판했다.
현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 경향이 국면을 지배한다고 해서 이를 유권자의 비합리성으로 비난하는 것도 잘못이다. 정당이론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해석자로 인정받는 피터 마이어(Peter Mair)가 강조하듯, 현직 정부에 대한 평가가 유권자 투표결정을 좌우하는 '회고적 투표'의 양상은 정당 간 차이가 약해질 때 나타난다. 이 차원에서 문제를 보면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의 사례가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집권당의 정책이 보수적 야당과 동일해진 정치구조가 더 중요한 요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김영춘 의원의 사례가 보여주듯, 80년대 학생운동의 지도자로 활동하다 신한국당-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열린우리당으로 또 옮겨 국회의원을 하다가 다시 움직여 문국현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을 수 있는, 그야말로 좌우를 넘나들 수 있는 정당체제의 무이념성이 더 문제인 것이다.
이 글은 정치학 박사이자 후마니타스의 대표인 박상훈이 지난해 대선 직전이었던 11월 13일에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박상훈 대표는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 이명박계가 독점했지만 친박연대가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집권당을 안정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안 좋다"며 "집권당 안에서도 정당 응집성이 굉장히 떨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것이 순조롭게 관리되는 보수독점 체제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이를 자민당 장기집권의 토대를 구축했던 일본의 55년 체제와 비교했다. 그는 "일본이 30년 장기집권 체제가 될 수 있었던 건 사회당과 공산당까지 포함한 모든 세력에게 경쟁의 장이 허용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표현이 충분히 허용된 결과였다"고 말했다. 요컨대 사회적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로서 정당정치가 뿌리내린 바탕에서 장기집권의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기존의 정당체제가 해체돼 왔으며 이번 총선도 그것이 분해되는 혼란한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에 치러지는 선거"라고 박 대표는 규정했다. 진보개혁진영은 물론이고 보수진영 역시 지지기반이 형편없이 무너져 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반증하는 건 유례없는 부동층의 증가와 5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투표율이다. 박 대표는 "만약 투표율이 매우 낮고 보수세력이 200석이 된다면 이 선거를 민주적 결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에 봉착할 것 같다"고 난감해 했다. 그는 "사실 우리정치의 제1당은 기존 정당에 거부감을 가진 투표거부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건 그 박상훈 대표가 이번 총선 직전이었던 4월 4일에 역시 <프레시안>지와 한 인터뷰 내용이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투표 안한, 혹은 한나라당 찍은) 국민이 개새끼다."라는 의견과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지 않다." 혹은 "민주주의가 허약해지고 있다."라는 의견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민주주의 약화의 원인을 정당에서 찾는다면, 그 책임은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정치세력에게 돌아간다. 첫번째에 인용한 박상훈의 글이 바로 그런 내용이다. 이 글에서 낮은 투표율은 정치세력에 대한 정당한 경고라고 해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낮은 투표율은 민주주의적 정당성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킬 거라고 우려하고 있는데, 이 역시 상식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투표율이 낮아진다고 좋아하는 정치학자는 세상에 없다. 그러니까 의무투표제를 도입하는 나라들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국개론'은 언급할 필요도 없는 인터넷 유저들의 마스터베이션이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모조리 다 '국개론'으로 치부해선 안 되지. 얼핏 보아도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은 하나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기능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고, '국개론'은 도덕적 품성론에 해당할 텐데, 이 양자를 동일시하는 심보는 도대체 무엇인지. 어디선가 가소롭게 허수아비를 때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잠깐 짬을 내어 글을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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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만족스러운 선거 결과 (아이추판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선거 결과 (한윤형)
민주화 이후 투표율 경향 (아이추판다)
'단호한 글쓰기'로 진실을 호도하기 (한윤형)
민주화 이후 투표율 경향(보론) (아이추판다)
결국은 실력문제 (아이추판다)
재미로 보는 국가별 투표율 추세 (아이추판다)
아이추판다 님의 최초의 글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적당한 냉소를 담고 있었는데, 사실 그런 것에 내가 신경쓸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결론이 아니라 논거인 바, 그 논거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얘기해 볼 수도 있겠다. 가령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논거로 프랑스의 국민전선과 같은 극우정당이 설치고 다니는 건 아니라는 사실과,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던 하나의 정책(영어몰입교육)이 후퇴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 논거들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따지려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나는 이 두 가지를 그의 글의 주요한 논거로 생각하고 반론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막상 논쟁이 시작되자 지나가다가 언급되었던 것 같았던 투표율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민주주의고 나발이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사실 우리가 민주주의 얘기한다고, 혹은 얘기 안 한다고 한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왜 아이추판다 님에게는 투표율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 되었을까, 라는 사실이 된다. 이건 단지 주어진 현상만으로 추론할 수 있는 이야긴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그래야 그래프를 그릴 수 있으니까”가 하나의 대답이 된다. 아이추판다 님이나 그의 글에 환호하는 어떤 이들의 입장에서는, 프랑스 극우전선의 정체성과 같은 답이 안 나오는 이야기를 해봤자 재미없다. 그들에겐 이 문제에 큰 관련이 있든 없든 그래프나 하나 그려놓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언제나 ‘과학적인’ 일이다.
하나의 진술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살피려면, 그것에 반대하는 명제가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빠르다. 즉, 아이추판다 님이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려면, “그가 생각하기에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무엇일까?”라고 물어보면 된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우리는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일단 그가 쿠데타가 일어나거나 실질적인 독재가 일어나는 상황을 ‘민주주의’라 부르진 않을 거라는 초보적인 견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형식적 기준이니까 말을 하나마나다. 그런 걸 언급하려면 “이것은 민주주의다.”라고 말하지, ‘정상적으로’나 ‘잘’과 같은 어구를 따로 붙이지는 않는다. ‘프랑스 국민전선같은 극우정당이 설치지 않는다.’는 기준을 넣어 볼 수 있지만, 도대체 그게 어떤 정당인지에 대해서도 그는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프에 대해선 시시콜콜한 설명도 마다하지 않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논의를 위한 최소한의 정의도 내리지 않는 것이 아이추판다 님이다.
그럼 이제 뭐가 남았지? 아, 하나의 정치세력이 ‘삽질’을 했을 때 심판을 받느냐 안 받느냐. 근데 이것도 참 자의적이다. 내 기준에서 자의적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그래프 오타쿠의 입장에서 자의적이란 말이다. 이 말이 내 기준에서라도 다소나마 의미를 가지려면 그 준칙이 구체적인 현실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작업은 그래프 오타쿠에겐 매우 귀찮은 작업이므로 당연히 생략된다. 모든 논거를 버리고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투표율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이 언제나 그가 해야 할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다.
기호태 님의 트랙백을 받아 보고 읽어 보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진보신당의 어느 당직자가 투표율이 낮아서 자기들이 망했다고 주장했던가? 기호태 님의 말대로 사실 투표율이 낮아서 그나마 진보신당의 득표율이 높았다고 볼 수도 있다. 투표율에 대한 개탄은 주로 자신들이 개혁적이라고 생각하는 몇몇 블로거들이 했던 것 같은데, 이 개탄이 한나라당 세력의 성공(?)에 대한 규탄과 맞물려 있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그들의 심정과는 별도로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얘기다. 낮은 투표율에 대한 규탄이 정당한지 부당한지는 따로 얘기해야 할 문제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무슨 기대를 하고 있는지 없는지는 또 다른 얘기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1) 투표율이 낮은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의 징후다. 라고 말할 수도 있고, 동시에 2) 한나라당의 성공은 민주주의의 위기의 징후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3) 투표율이 낮아서 한나라당이 이긴 거다. 라고 말했다고는 볼 수 없다. 88만원 세대 문제에 대한 귀찮은 잡무를 보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너희들보단 우석훈이 올바르다.”고 얘기하니 이것도 좀 웃긴 얘기이긴 하지만, 그거야 모르고 그랬을 테니 그냥 넘어가자.
아이추판다 님의 ‘실력론’ 역시 노정태의 주장을 “진보신당이 망한 건 민주주의의 위기다.”로 치환시키고 “위기가 아니라, 실력 때문이야.”라고 훈수를 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에 대해 언급하다가 진보신당의 성패에 대해 언급할 수는 있겠는데, 그렇더라도 양자는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왜 거기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서도 '그래야 얘기하기가 편하니까'라는 편리한 대답을 제시할 수 있다. 어차피 그가 고차원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 대답에서 만족하기 바란다. 답변 내용도 재미있다. 역시 그는 그래프를 그릴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이성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실력이 무엇인지가 전혀 정의되어 있지 않다.
정치의 영역에서 실력이라 하면 간단하게 1) 권력을 획득하는 능력과 2) 권력을 운용하는 능력을 구별할 수 있다. 그가 1)을 얘기한 것이라면 진보신당의 패인은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자기 PR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라 말할 수 있고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하나마나한 얘기도 정확히 그렇게 언급하면 그나마 얘기가 되는데, 이를 두루뭉술하게 ‘실력’이란 단어로 포장한 것은 자기 정당성을 좀더 추상적인 차원에서 강변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으면, 그는 1)이 아니라 분명 2)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 같다. 용어를 대충 쓰는 이들이 언제나 의도적으로 범하는 실수다.
권력을 운용하는 능력에 대해 말한다면,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진보신당이란 당이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에 비해 그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가령 당장에 진보신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혼란만 가중될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무슨 SF소설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가정을 ‘0 아니면 100’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 현실적인 개연성에 맞춰 ‘국회의원 한 두명’을 언급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노회찬이나 심상정은 17대 국회에서 가장 유능한 (그렇다고 사람들이 인정하는) 국회의원에 속했다. 그렇게 본다면 그들은 적어도 그 측면에서는 ‘실력’이 있는 거고 있는데도 떨어진 거다. 그래서 도대체 그가 말하는 실력이 뭔지 우리는 잘 알 수가 없게 되는데, 되게 재미있는 것은 그가 ‘떨어진 너희들은 실력이 없어서 그래.’라고 말해놓고 ‘붙은 애들도 실력이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가 왜 글을 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말이 됐든 막걸리가 됐든 그래프를 그릴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제 꼴리는 대로 내뱉어도 된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이념이다. 거기에 대해 누가 뭐라고 그러면 다시 그래프 하나 그려놓고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고 말하면 될 일이다.
투표율 그래프가 튀어나오는 순간 이 논쟁(?)은 코미디의 세계로 워프했다. 이를테면 그의 그래프를 보고 “아, 한국 민주주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군.”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2012년 총선에서 투표율이 40%쯤 나오고 자유선진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더라도,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안세력이 없어서 자유선진당을 찍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우리 그래프 오타쿠의 회귀분석 강의를 지겹게 들어야 할 테니까. 투표율이 비슷한 비율로 떨어지고 있으니까 누구누구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과학적인 인간이라면 투표를 안 한 60%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 되고, 2008년 총선에서는 투표를 했다가 2012년 총선에서는 투표를 안 한 7%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민주주의가 잘 정착되어서’ 투표를 안 했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게 과학적인 인식이다.
2016년 총선에서 투표율이 33%쯤 나오고 친박연대 Park-Friendly Fellowship 가 의회다수당이 되더라도 우리는 “자유선진당의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안세력이 없어서 친박원정대를 찍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그래프 오타쿠의 회귀분석 강의를 또 들어야 한다. 투표율이 비슷한 비율로 떨어지고 있으니까 누구누구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름지기 과학적인 인간이라면 투표를 안 한 67%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 되고, 2012년 총선에서는 투표를 했다가 2016년 총선에서는 투표를 안 한 7%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성숙한 민주주의 때문에’ 투표를 안 했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게 과학적인 인식이다. 내 생각에 투표율이 이쯤 낮아지면 2020년에는 허경영 주니어가 파시즘 정당을 하나 만들어 성공을 거둘 듯도 싶지만, 아이추판다 님의 생각에는 그런 게 진정한 의회민주주의다. 파시즘 세력이 헌법을 고치면 그때는 정의상으로도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겠지만, 그렇게 항의해봤자 그래프 오타쿠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쿨하게 “그게 바로 너희들이 좋아하는 의회민주주의라능.”이라고 냉소하면 된다. 그리고 아마 뭔가 다른 그래프를 그리고 있을 거다.
그래프만이 진리를 말해준다고 생각하는 건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신기한 건 그들이 그래프 이외의 다른 ‘말’도 곧잘 내뱉는다는 것이다. 가령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국가일 수록 투표율이 낮은데는 누굴 뽑아봐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라는 식의 주장 말이다. 왜 자신의 신념을 배반하는 짓을 곧잘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반응하지 마시라. 이 모든 의문 역시 ‘재미로’ 제기된 것이다. 사실 오타쿠의 모든 글은 재미로 읽어야 하므로, 그 글에 대한 의문 역시 재미로만 제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오타쿠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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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당들 사이에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확고한 믿음과 이런 현실이 결부되어 있다. 1980년대 초에는 국민의 80%가 보수당과 노동당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그 수치는 27%로 떨어졌다
선거 특별호 Socialist Worker(영국) 2005년 5월 중에서
내가 한국 상황 설명하면서 하는 말이나 비슷하다. (최장집의 말이기도 하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선진국에서조차 민주주의의 위기를 운운한다. 민주주의의 안정기에 들어서면 점진적으로 투표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투표율 하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더군다나 이토록 급격하게 투표율이 떨어지는 상황의 원인을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기능'으로 진단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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